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함께의 행보, 80호
2025년 4월 #80번째걸음
안녕하세요. 다시함께상담센터입니다. 이번 4월 뉴스레터 다행에서는 문제해결의 도구였던 IT가 성착취의 현장이 되어버린 현 사회에서, 여성 개발자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요원하지만 반성매매 반성착취를 위해 나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어떤 마음일까요? 함께 생각해보아요!

중요한 건, 꺾였어도 계속 걷는 것



조경숙(다시함께상담센터 IT지원단, 도토리제작실 대표)


저는 개발자입니다. 2011년, 첫 회사에 출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예전의 일이 되었네요.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개발했던 것 중 하나는 여러분이 거의 매일 같이 사용하는 티머니 시스템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고, 또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찍잖아요? 카드가 태깅될 때마다 시간을 계산해서 환승 시간 이내라면 환승 할인을 해주는 제반의 일을 그 뒷단에 있는 시스템이 처리하는 거죠. 저조차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회사에 가서야 알게 되었어요. 일상에서 당연한 듯 사용하는 IT 서비스가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런 이후 꽤 많은 시간, 개발자로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신기술은 거의 손도 대지 못했어요. 제가 담당했던 시스템은 대개 오래 전의 개발 언어로 개발된 시스템이라,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소임을 다하고 있는 부류였거든요. 그렇다고 이런 시스템이 싫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대개 지긋지긋했으나 때로는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나이 든 시스템만이 아니라 갓 등장한 서비스도 좋아했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그 뒤에서 하나하나 코드를 매만졌을 생각을 하면, 그런 서비스들이 모두 애틋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그런 IT 서비스들이 때로는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세상이 송두리째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나선, 내 핸드폰에 아무렇지 않게 설치되어 있는 서비스들이 괴물처럼 보였죠. 더 놀라웠던 건, 막연한 동질감을 품고 있던 그 많은 IT 회사들이 이런 일들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오히려 랜덤채팅 앱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그런 범죄에 동조하고 있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우리가 잘 아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수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목도해야 했고요. 그 사이 기술은 거침없이 발전했고, 그런 기술들은 다시 성범죄에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범죄들을 막기 위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했지만, 답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공부하면 할수록,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모든 것이 더 희미하게 여겨지기까지 했어요. '작은 일이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은 어느덧 '이걸 한다고 바뀌긴 하는 걸까?'하는 회의감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회의감이 깊었지만, 그래도 계속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러던 중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성범죄에 대응하는 여성단체, 공공기관 등 여러 단체와도 연결되어 함께 유의미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다시함께상담센터의 IT지원단으로 위촉되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성매매 웹사이트를 확인하고 변경된 URL을 추적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이토록 많은 성매매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어 너무나 놀랐습니다. 올해에도 다시함께상담센터와 반성매매 활동을 돕는 I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답은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가 없어질 수 있는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요? IT 서비스 회사들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여전히 모든 것은 희미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희미한 게 정답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더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실 무언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만능열쇠란 없다는 것이 이 문제의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건, 아주 희미한 빛을 붙잡고 계속해서 가는 것이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롤드컵 선수 인터뷰에서 나왔던 이 멋있는 문구를 개그맨 박명수가 바꿔 얘기한 적이 있죠. "중요한 건, 꺾였지만,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요. 저는 원문보다도 박명수 씨의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여러 잔혹한 성범죄 사건을 목도하면서, 우리 각자의 마음은 이미 어느 순간 꺾여 있습니다.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고,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은 한 톨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내가 하는 건 너무 작고, 무의미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꺾였더라도 그저 걷는 걸음인 듯합니다. 해결책이란 어쩌면 희미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받아들이고, 변화라는 건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수채화 물감처럼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면서요. 그런 마음 아래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과 줄곧 연결되어 오늘의 코드를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변화에 도착하리라 믿습니다. 
다시함께상담센터의 IT지원단은?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성착취 실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T 개발자와 사이버범죄 전문가로 구성된 'IT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기관 특성상 전문 IT 인력을 상시로 두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고자,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기술 기반의 성매매·성착취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5년 3월부터 4월까지, 다 함께 반성매매
다시함께상담센터의 활동들을 공유합니다. 각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부작공방<오리엔테이션>
사부작공방<나비 반상회>
내담자역량강화 <소중한 나, 쉬어주며 가꾸기>
  여성의날캠페인 <반성매매 장미베이커리>
IT지원단 1차 위촉간담회
 성매매 성착취 고발이슈 <4월호>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번 다행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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