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상담센터는 다양한 성매매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3번째, 밤비의 이야기
2024년 7월
Vol. 13
이웃집 활동가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 * *
$%name%$님, 활동가는 어떤 일을 할까요?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계속해서 외치고자
물결 위 발자국을 새기는 밤비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가능한 것 속으로


밤비

[우연한 걸음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에 있는 지하도시 유적을 아시나요? 땅속을 개미굴처럼 파서 만든 지하도시는 2만 명 정도 거주가 가능한 큰 도시라고 해요. 그런데 이 지하도시 유적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닭 때문이었습니다. 1963년 한 농부가 비슷한 장소에서 닭을 여럿 잃어버리자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간 곳에서 지하도시의 입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지하동굴 같았던 그곳을 파고 파고 또 파서 들어가다 보니 기원전 사람들이 살던 흔적과 함께 거대한 지하도시를 발견하게 된 거에요.
저의 반성매매 활동도 처음에는 우연한 걸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중 코로나19의 여파로 해고 통보를 받고 구직을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사회복지학과 학생으로서 많은 고민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학교에서는 사회복지사의 다양한 역할 중 공공복지를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많은 역할 중에서도 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알려내는 것에 가장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사는 가장 가까이에서 당사자를 옹호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여러 사회 이슈도 있었지만, 저는 항상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 무언가를 목 터지게 외치는 학생이었습니다. 의제는 누군가의 인권이기도, 목숨이기도 했고 결국은 이 사회에 ‘인간’으로 존재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심장이 뛰는 일,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사람,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결국은 여성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해고라는 상황적 우연이 겹쳐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다시함께에, 반성매매 활동가로서의 삶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이 사회에 여성으로 존재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렇기에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깊이 공감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나의 사회적 존재가 당사자성을 가짐과 동시에 조력자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온 이후 일을 하며 다시 자문했습니다. 나는 과연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고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는가? 나는 과연 여성을 착취하는 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가? 활동가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자신감은 줄어들고 물음표가 앞섰습니다.
[절망의 안쪽에 새겨진 희망의 흔적들]
다시함께에 들어와 배운 것은 단순히 성매매가 나쁘다거나 하는, 제가 인지하고 있던 세상의 이야기와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성매매 카르텔의 지하도시는 너무나 넓었고, 많은 것이 얽힌 세계였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성매매는 여성의 몸을 도구로 하여 돈을 버는 불법 산업입니다. 성매매는 그 자체로 착취와 폭력이며 절대 개인 간의 선택이나 거래가 될 수 없습니다. 성매매 알선자들은 불법성산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성매수자 또한 이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소비자로 명명하여 성매매를 개인화하고 축소시키지만, 사실 성매수자는 산업화된 성착취를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축입니다. 성매수자와 성매매 알선자는 서로에게 협조하고 연대하여 비밀을 지켜주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접목시킵니다. 이제는 온라인 사이트뿐만 아니라 텔레그램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키스방 알리미라는 성매매 알선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키스방 알리미’를 추적 모니터링하여 경찰에 고발했을 때 많은 것이 바뀌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알선 시스템을 제작하는 자들이 정당하게 처벌받기를 바랐습니다. 문제를 알려내면 정의가 구현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꽃밭 속에 살고 있었던 걸까요? 우리의 고발은 불송치라는 처분통지서로 돌아왔습니다. 성매매 업소 정보를 긁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대신 업소 예약 메시지를 보내주기까지 하는 이 텔레그램 시스템을 만든 사람, 이를 이용해서 성매매 업소에 더 편하게 접근하는 사람들. 성매매처벌법상 알선, 광고, 권유, 유인 등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이 충분함에도 센터의 목소리는 ‘단순 민원’처럼 취급되었습니다.
그리고 알선자와 매수자가 처벌받지 않는 이 세상에 여전히 여성에게는 성매매라는 기만적인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여성이 올린 SNS 한 문장이 ‘광고죄’로 처벌받기도 하고요. 이 기울어진 지하도시를 파고 파고 또 파서 들어갈수록 활동가가 얻는 것은 절망뿐인 것도 같습니다.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저는 마찬가지로 다시함께에 있으면서 많은 흔적을 보았습니다. 이 활동에는 정말 수많은 발자국이 있다는 걸 말이에요. 성매매 방지 활동에는 우리가 함께 싸워온 계보와 역사, 그 길을 지금까지 걸어온 선배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다시함께에 있으면서 깨달았어요. 이 운동의 물결에 탑승한 저의 걸음 또한 모든 발자국이 희망의 방향으로 뻗지는 않을 테지만 가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르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외치고 알려내기]
우리는 성매매 알선자와 성매수자가 정밀하게 짜놓은 구조를 부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공고함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수사기관과 사법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해야 합니다. 성착취를 노동이라 부르길 반대하고,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 존엄성과 여성의 인권에 부합하는 시나리오인지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합니다. 이 무모한 싸움이 무력해지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당신 한 명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연대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소라의 노래 가사처럼. 그저 우리의 길에 함께 해준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바라는 정상에서 만날 날이 올거에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우리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흘러 들어간다
미완의 것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가능한 것 속으로
[에이드리언 리치 – 공통 언어를 향한 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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