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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길 위에서 접속하다’

작성자 : 작성자관리자    작성일 :2018-09-12 13:37:57   작성 IP : 220.70.9X.XX    조회수 : 293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팀 노영선 


 

20188,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던 어느 날 대낮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길 위에 있던 여성들은 종로3가역 지하로 내려갔다.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는 듯 삼삼오오 모여 지하에서 위를 쳐다보며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다.

15분이 지나 빗방울이 가늘어지자 다시 길 위에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를 보고 있는지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거리 위에 서 있는 여성들......

바로 코앞까지 가서 이모.....” 하면 흠짓 놀라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항상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낮선 이들에 대한 경계를 품고 길 위에서 일상을 보내는 중·고령의 여성들이, 일명 박카스 이모이다.

그들은 우리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며 정해진 요일에 나와 물품을 주며, 그들의 일상과 종묘에 대해 묻고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들로 알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2~3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인 것 같다.

 

그들은 일상을 그 곳에서 보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 곳에은 우리가 아는 단속 이외의 다양한 피해를 입는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본인들이 단속대상이라는 불안감으로 119를 불러 응급조치를 받고, 112에 신고하여 경찰을 부르는 것 조차도 망설이거나 회피한다. 한 여성은 길거리에서 취객이 휘두른 칼에 목과 어깨 부위를 스쳐 상처를 입었지만 어떤 조치도 받지 않고 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간단한 응급조치 후 경찰에 진술 할 때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싫고 무서웠다 한다.

길거리에 서 있기만 하는데도 지나가는 남성들이 주변을 맴돌며 큰 소리로 성매매 여성임을 알리고 놀리며 돈을 갈취하는 일도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지하철 역내나 지하철 안까지 따라와 여성을 모욕하며 돈을 뜯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여성의 뒤를 밟아 집 근처까지 오는 남성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디에도 신고하지도 못한다. 어느 곳에도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남성들은 여성을 지속적으로 착취하고 괴롭히고 있다.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그녀들의 일상은 스스로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법의 세계속에 있다. ‘잠재적 단속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실,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정의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종로의 모습은 어떠한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모습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는 한 달에 2번 정기적으로 여성들을 만난 지 3년이 되었다. 처음엔 대면 대면하고 말을 붙여도 쳐다보지 않았던 분들이 이제 우리를 기다려주고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이번에 서초구청공무원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의 경우도 종묘지역의 여성들이 우리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해주었고, 다행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협업하여 불법촬영물 삭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신뢰가 쌓여 앞으로 길거리에서 여성들이 다양한 폭력피해와 인권 침해에 노출 되었을 때,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손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번 주에도 대화를 열어줄 작은 간식꾸러미를 챙겨 들고 종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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