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특집기사 성매수 후기글.png

감시사업팀 박다예

[사실과 거짓의 가면을 쓴 ‘성매수 후기글’]

올해 7월, 「성매매 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성매매한 사실이나 성매매와 관련된 구체적 정보를 게시판에 게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성매수 후기 처벌법’ 이라고 이름붙여도 좋겠습니다.이를 통해 성매매 확산을 방지하고 새로운 유형의 성매매 알선을 근절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인데, 그동안 센터가 해온 활동과 많은 부분 겹칩니다.

‘성매수 후기글’이란 성매수자가 성매매 업소를 다녀온 후, 성매매한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에 작성한 글을 의미합니다. 성매수자가 성매수 후기글을 작성할 때, 그 글은 온라인 안에서 ‘사실’이 됩니다. 성매수자는 업소를 직접 예약하고 방문한 후에 그 경험이 어땠는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 글을 씁니다. 하지만 작성 후에는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의 내용은 꾸며냈으며‘, ‘장난'이라고 주장합니다. 성매수자의 편의에 따라 언제는 ‘사실’인 글이 되고, 언제는 ‘거짓’을 적은 장난 글이 되는 것입니다. ‘성매수 후기글’을 쓴 사람이 진짜 성매매를 했는지 따져 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성매수 후기글’은 그것을 작성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되어야 마땅합니다.

[‘성매수 후기글’, 어디서 등장하여 어디로 가는 중]

‘성매수 후기글’은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가 활성화되며 본격적으로 성매매 업소 홍보에 활용되었습니다.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는 지역별, 업종별 성매매 업소에 대한 예약 정보를 총집합해놓은 사이트입니다.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 운영자는 성매수자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성매매 후기가 필요했습니다. 업소 관계자가 직접 작성하는 일명 ‘작업 후기’도 있었고, 성매수자가 알선포털사이트로부터 성매매업소 이용권 등을 얻기 위해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업소와 제휴를 맺어 성매수자가 특정 사이트에 후기를 올리면 제휴된 업소의 쿠폰을 주기도 하고, 후기 이벤트를 열어 후기를 많이 쓴 성매수자를 대상으로 성매매 업소 방문권 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후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영업이 잘되는 업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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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쓰인 ‘성매수 후기글’은 성매매 업소와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의 활발한 영업을 위한 장치였기 때문에, 업소에 대한 ‘불만족 후기’는 자연스럽게 검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성매수자들은 이 사실에 분노했고, 결국 알선자로부터 독립된 성매수자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성매수자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성매수 후기를 비롯한 다양한 글들이 게시됩니다. 성매수 후기를 작성한다 해도 특별히 쿠폰이나 공짜권을 주지 않지만, 성매수자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솔직한’ 후기를 쓸 수 있음에 열광하며 ‘성매수 후기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커뮤니티 내의 ‘성매수 후기글’은 그 자체로 성매매 업소 광고입니다. 철저히 매수자의 입장에서 쓰여져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성매수자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성매매 얘기를 실컷 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성매매 업소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오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으로 업소 예약 정보를 알림 받고, 예약문자까지 발송해주는 ‘기술 매개 성매매 알선 행위’를 성매수자 스스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불법성산업 내 성매수자의 영향력에 대한 일련의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이전의 성매수자는 알선자가 제공하는 정해진 사이트에서 업소 정보를 검색하고 정해진 틀에 따라 후기를 써내었다면, 이제는 대가 없이도 ‘성매매 후기글’을 작성하고 직접 예약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면서, 알선자와 매수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성매수자는 불법성산업 안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알선자들은 그에 호응하면서 성매매 알선의 연대를 공고히 합니다.

[후기 작성 행위를 성매매 알선으로 볼 수 있을까]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하는 행위, 그리고 업소에 대한 광고 행위가 포함됩니다. ‘성매수 후기글’은 성매매 업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 업소를 홍보해주는 ‘광고’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많은 성매수자들이 후기를 보고 업소 정보를 얻으며, 업소 방문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리상으로 따져보면 ‘성매수 후기글’을 작성하는 행위는 성매매를 ‘권유’하는 행위에도 해당합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권유’란 상대방에게 성 판매 또는 성 구매 의사를 형성하거나 확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성매매를 권유하는 죄는 성매매죄 정범의 존재와 관계없이 ’권유‘ 행위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범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입니다. ’권유‘는 성매매로 향하게끔 하는 일종의 ‘중간 매개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이에 대해서도 이미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중간매개행위’를 단순히 업소-매수자의 매개 역할로 보는 게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함으로써 성매매를 고착화시키고 더욱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는 행위라고 보았으며, 따라서 성매매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매개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자백과 권유의 후기가 성매매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약 ‘성매수 후기글’이 사실이라면 ‘성매수 자백’이고, 거짓이라면 ‘성매매 광고 및 권유’에 해당합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글이 사실일 경우 성매수한 자가 사실에 기반한 범죄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 게시한 것이고, 거짓일 경우 그 후기는 글 자체로 성매매를 조장하고 알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성착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안타깝게도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은 수사기관의 태도입니다. IP 우회라 못 잡는다는 말, 해외서버라 못 잡는다는 말, 잡아도 현행범이 아니라서 처벌 근거가 없다는 말.말.말! 그렇다면 성매수자가 온라인상에 남겨놓은 이 범죄의 허물들(증거들)은 다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수사 방법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가 이 시점에서 중요합니다. 성매매 범죄를 수사관이 주관적으로 해석해 경중을 나누고, ‘덜 중요한 것’, ‘추측과 풍문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 안일하게 대처하는 사이 성매수 후기는 무럭무럭 자라 커뮤니티를 이루고, 이제는 성매수 맞춤형 텔레그램 자동 예약 시스템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가 온라인과 연결되어 변모하는 과정과 확장하는 불법성산업의 지형을 모니터링하며 이슈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알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이 문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초반에 말했듯, ‘성매수 후기글’은 그 존재만으로 불법성산업의 확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처벌하여야 합니다.

‘성매수 후기글’이 성매매 알선, 광고, 권유, 유인 행위로 인정되는 날까지 센터에서는 지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법 제도와 수사절차를 바로잡도록 힘을 보탤 것입니다. 성매매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이 문제에 함께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요?

아래 링크들을 통해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2 성매매 수요차단을 위한 온라인 성매매사이트 모니터링 결과 공유 토론회 'N개의 자백' 자료집 http://dasi.or.kr/html/data/publication_data.php?bgu=view&idx=1763

2021 성매매 알선이 넘쳐나는 세상 속 시민을 위한 안내서, '성평등 세상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가이드' http://dasi.or.kr/html/data/publication_data.php?bgu=view&idx=1574

2020 성매매알선자 고발결과 분석토론회 '불기소 이유를 기소한다' 자료집 http://dasi.or.kr/html/data/publication_data.php?bgu=view&idx=1189